박재범 공연때 가가 들어와 클럽 안 순식간에 달아올라
크라잉넛과 이디오테잎 등장 노래 따라하며 열광의 도가니
입구에 공연 보러 오는 사람 북적 14개팀 참가 케이팝 위상 높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행사의 하나로 11일(이하 현지시각) 밤 클럽 엘리시움에서 열린 ‘케이팝 나이트 아웃’ 공연. 클럽 안이 순간 술렁였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깜짝 방문한 것이다.
새벽 0시20분께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가가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마침 공연 중이던 박재범의 무대를 봤다. 가가는 깜짝 놀란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사진 촬영에도 응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공연장을 찍은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공연을 주최한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가가가 원래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공연장에 올 수도 있다는 얘기는 전해들었는데, 놀랍게도 정말로 오고 말았다”고 말했다. 가가의 깜짝 방문은 세계 음악시장에서 한껏 높아진 케이팝의 위상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는 매년 2000여팀이 100여곳에서 공연하고 30만명의 관객이 몰리는 북미 최대 규모의 음악축제·쇼케이스다. 1987년 음악행사로 시작해 지금은 영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이티(IT), 게임 등을 아우르는 국제박람회로 발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케이팝 나이트 아웃’이라는 이름의 케이팝 쇼케이스 공연을 열어왔다. 올해 무대에는 포미닛의 현아, 박재범, 이디오테잎, 크라잉넛, 할로우잰, 넬, 잠비나이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음악을 선보이는 인디 밴드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가수까지 두루 포함됐다.
공연장 앞엔 이날 공연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친구와 기다리던 첼시 데버(21)는 “박재범을 보려고 왔다. 유튜브를 통해 그의 음악을 접하고 좋아하게 됐다. 다른 케이팝 공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기자들의 줄은 자정 넘어서까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나오면 그만큼 들여보내는 식이었다.
첫 순서로 나온 잠비나이부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거문고, 해금, 기타로 이뤄진 독특한 편성으로 거칠고 강렬한 록을 연주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정교한 사운드의 록을 들려준 넬과 원초적인 록을 연주한 할로우잰에 이어 크라잉넛이 등장하자 공연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원한 악동’들이 “에브리바디 스크림”(모두 소리 질러)이라고 외치자 미국 관객들마저 날뛰며 ‘떼창’을 했다.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은 관객들을 미친 듯이 춤추게 만들었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의 제임스 마이너 총감독이 섭외 1순위로 꼽은 밴드답게 신나고 열정적인 무대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미국 밴드 비스티 보이스의 히트곡 ‘사보타주’를 변주하는 대목에선 관객들의 커다란 함성과 ‘떼창’으로 이어졌다. 이어 나온 박재범과 현아는 가가마저 반하게 만든 케이팝 특유의 발랄하고 흥겨운 음악과 춤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011년부터 ‘서울소닉’이라는 북미 투어 프로젝트로 한국의 인디 밴드 3팀씩을 매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참가시켜온 온라인 음원 유통회사 디에프에스비(DFSB)의 버니 조 대표는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기분으로 미국 시장을 무작정 두드렸는데, 이제는 한국 밴드 음악을 들으러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소닉을 통해 이곳을 찾은 노브레인이 미국의 거물 음반 제작자 시모어 스타인의 눈에 띄어 현재 계약을 마치고 미국 진출을 준비중이다.
12일에는 2007년 국내 밴드로선 처음으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진출했던 와이비(YB)와 할로우잰이 공연을 하고, 13일에는 서울소닉 밴드들이 무대를 이어간다. 황보령=스맥소프트, 빅 포니, 글렌체크, 로큰롤라디오, 러브엑스스테레오, 노브레인 등이 무대를 달굴 예정이다. 이번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는 사상 최다인 14팀의 한국 음악인들이 참가했다.
현장을 찾은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지난 몇년간 이곳에 뿌린 씨앗이 슬슬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꾸준히 이곳에서 케이팝 공연을 열어 더 많은 한국의 실력파 음악인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
오스틴/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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